[INO 포커스] 삼성전자 ‘노태문 체제’ 힘 싣기…DX 넘어 로봇까지 직접 지휘

  • 대표 직속 RX사업추진실 신설…중장기 전략부터 AI·하드웨어·사업화 총괄
  • 같은 날 자사주 상여금 2만2678주 확인…주요 경영진 3명 중 최대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은 로봇 사업의 지휘봉을 노태문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에게 직접 맡겼다. 흩어져 있던 로봇 역량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결집하고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하나의 컨트롤타워에서 추진하는 체제로 전환하면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나온 공시에서는 노 대표가 주요 경영진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사주 상여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자사주 지급과 로봇 사업 지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조직과 보상이라는 서로 다른 측면에서 노 대표의 높아진 위상이 동시에 드러났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21일 노 대표 직속으로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새 조직은 중장기 로봇 사업 전략부터 하드웨어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핵심기술 개발, 디자인, 상품기획까지 사업화 전반을 담당한다.

단순한 연구조직 신설보다는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본격적인 ‘사업’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 미래로봇추진단에서 ‘대표 직속 RX사업추진실’로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노 대표가 RX사업추진실을 직접 이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로봇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낙점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와 경영권 확보다. 이후 미래로봇추진단을 출범시키며 로봇 기술 확보와 사업화를 위한 조직 기반도 마련했다.

이번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RX사업추진실을 노 대표 직속으로 두고 중장기 전략과 기술개발뿐 아니라 디자인과 상품기획까지 한 조직에서 다루도록 했다.

그동안 축적해온 개별 기술을 실제 제품과 사업으로 연결하는 통합 추진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표이사가 직접 조직을 이끌면서 로봇 사업과 관련한 투자와 기술개발, 사업화 과정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단순한 선행 연구 영역에서 차세대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공장에서 먼저 검증한다…삼성 제조현장이 ‘로봇 실험실’

삼성전자가 그리는 로봇 사업의 방향도 구체화되고 있다. 핵심은 ‘제조 현장 선(先) 검증 후 사업 확대’다.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라인에 로봇을 먼저 투입해 실제 작업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고지능 다목적 휴머노이드로 발전시키고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가진 글로벌 제조 기반은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중공업 등 관계사에는 반도체와 전자부품부터 배터리, 조선에 이르는 서로 다른 제조현장이 존재한다. 정밀 조립부터 물류, 중량물 취급까지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로봇을 적용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AI 자율공장’ 전략과도 맞물린다. 회사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생산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오퍼레이팅봇과 물류봇, 조립봇 등의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결국 삼성의 제조현장이 로봇을 사용하는 곳인 동시에 새로운 로봇 기술을 검증하고 학습시키는 테스트베드가 되는 구조다.

◇ 외부 인재도 끌어모은다…현대차 로봇 전략 인력까지 영입

조직만 만든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RX사업추진실 출범과 함께 외부 로봇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기술과 전략 역량을 보강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로봇 전략을 담당했던 이동건 부사장이 RX사업추진실 로보틱스전략팀장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운영 방향 등 로봇 관련 전략을 담당했던 인물을 삼성전자 로봇 사업의 중장기 전략 수립에 투입한 것이다.

학계 전문가도 합류했다. 지능형 자율 시스템 분야의 김현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인간형 로봇 손 분야를 연구해온 김의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글로벌 연구거점도 확대한다. 우면동 서울R&D캠퍼스를 국내 로봇 연구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구미사업장에는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도 연구거점을 마련해 현지 기술 확보와 인재 영입에 나설 계획이다.

대표 직속 조직 신설과 외부 인재 영입,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이 한꺼번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은 로봇 사업의 조직 명칭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사업 추진체계를 재정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 같은 날 확인된 자사주 상여금…노태문 2만2678주로 가장 많아

노 대표의 역할 확대가 발표된 이날 삼성전자 공시에서는 주요 경영진에 대한 자사주 상여금 지급 내역도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21일 공시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노 대표는 지난 13일 자사주 상여금으로 보통주 2만2678주를 받았다.

같은 날 전영현 대표이사는 1만469주, 김용관 사장은 9990주를 각각 받았다. 세 사람에게 지급된 4만3137주 가운데 노 대표의 지급 물량이 가장 많다.

이에 따라 노 대표의 삼성전자 보유주식은 기존 9만8557주에서 12만1235주로 증가했다. 전 대표는 4만3256주, 김 사장은 4만2148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번 지급은 삼성전자가 앞서 임원 등에 대한 보상을 목적으로 자사주 113만2477주를 처분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따라서 노 대표의 자사주 상여금과 RX사업추진실 신설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

다만 같은 날 공개된 조직개편과 지분 공시를 함께 놓고 보면, 삼성전자 경영진 가운데 노 대표가 맡는 역할의 무게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 DX 이끄는 노태문, 삼성의 ‘다음 먹거리’ 로봇까지

노 대표는 현재 삼성전자 DX부문을 이끌면서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주요 완제품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여기에 대표이사 직속 RX사업추진실까지 직접 맡으면서 차세대 성장사업인 로봇도 지휘하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확보한 데 이어 전담 조직과 연구거점, 외부 인재까지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관심은 실제 사업화 속도로 옮겨갈 전망이다.

제조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의 성능을 끌어올린 뒤 B2B와 B2C로 확장한다는 구상이 실제 제품과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추가적인 로봇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스타트업 투자 여부 역시 지켜볼 부분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확보가 로봇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였다면, 대표이사 직속 RX사업추진실 출범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확보한 기술과 인력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내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에 가깝다.

노 대표에게 DX 사업에 이어 로봇 사업의 지휘봉까지 맡긴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축을 실제 사업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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